2013년 교지 '마지막 종례'

나의 10대도 폭풍 같은 시절이 있었다. 어린 아이도 아닌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나는 아이와 어른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주변을 맴돌았고, 혼란 속에서 설레임 그리고 불안함, 기대감과 좌절감이 공존했었다. 넓은 사막과 같은 곳에 있는 듯한 메마름도 있었고, 이해 못할 어른 세상의 장면들이 신기루처럼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자주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기쁨과 감격도 누렸다.

20대가 되어 나름의 정체성을 찾을 무렵.. 군 제대 3개월을 앞두고 밤마다 고민했다. 앞으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하던 중 인생의 푯대를 세 가지로 결정했다. 그 중 하나가 십대인 너희들이다!

아이들아~ 너희들의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큰 포부로 올해 3월을 시작했단다. 하지만 시작부터 내 머리 속은 뒤죽박죽이었다. 작년인가 EBS에서 방송되었던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문구가 며칠간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한번씩 “아이들아~”라고 부르며 짧지만 진심의 설교 아닌 설교를 했던 것을 기억할거야. 이런 말도 했을거야. “어른들로부터 100을 다 배울 필요는 없다. 오히려 50은 절대 배우지 말아야 할 것들일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50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해가 끝나도 나의 첫 담임반 제자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이유는 너희들도 잘 알거야~;;ㅎㅎ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할게. ‘짝짝이 눈’을 가지거라! 한쪽은 로컬(Local)한 눈으로 자신과 친구들 그리고 가까운 주변을 보는 눈이고, 다른 한쪽은 글로벌(Global)한 눈으로 우리가 사는 지역을 넘어 다른 나라와 세계를 보는 눈을 가지길 바란다. 맨날 눈에다 뭐 그리지만 말고, 이런 짝짝이 눈의 위력을 어른이 되면서 경험해 보길 바래.^^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지는 함께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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