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로부터 뜻밖의 편지를 받고
저녁을 먹은 후 차근 차근 읽어보았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또
힘없이 늘어져 있던
마음의 눈도 번쩍 뜨였다.
지난주 목요일
별을 보고 싶다는 아이들 성화에 못이겨
(구름이 많은 날이라 별로 볼 게 없다고 했음에도..)
야자 시간에 같이 옥상 문을 열었다.
(베가, 알타이르, 데네브 정도만 볼 수 있는 하늘이었지만)
아이들이 매트에 누워 하늘을 보자
그날 겨우 볼 수 있는 직녀별(베가), 견우별(알타이르), 데네브 등을
가리키며 몇 가지를 얘기해주었다.
(볼만한 게 이게 다인데..)
나는 생각했지만 예상 못한 이벤트들이 벌어졌다.
인공위성이 몇 개 하늘을 가로지르고
서쪽 하늘에서는 별똥별(화구)이 떨어졌다.
아이들은
인공위성이든 별똥별이든
처음 본 거라며 흥분하고 환호했다.
이날의 짧은 관측이
밤하늘을 늘 보는 나에겐 그리 특별한 경험이 아니었지만
아이들에겐 아니었다보다.
아이들의 흥분은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계속되었다.
또 옥상에서 찍은 아이들 사진이 잘 나와서 색감을 보정해 보내주었더니 더없이 좋아했다.
(나중에 들으니 가족들, 친구들에게 엄청 자랑했다고 한다.)
다음 날 종례 후에는
세 명이서 교무실에 찾아와서는 큰 절을 했다.
그리고 오늘은 종례 후 찾아와서
각각 쓴 편지를 나에게 주었다.
(읽어보고 후기를 DM으로 날려달라며..ㅋㅋ)
아이들 편지를 읽고 알았다.
지난 주 밤하늘을 함께 올려다보며
별, 인공위성, 별똥별, 목성, 토성 등을 본 경험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었는지를..
시험과 성적 부담으로
답답했던 마음들이 뻥 뚫린 것 같다는
아이들의 추억어린 감상평을 몇 개 옮겨본다.
...집 가는데 너무 행복했고 답답했던 게 조금 나아졌던 것 같아요ㅠㅠ
그날 너무 신나서 가족들한테도 자랑하고 친구들한테도 왕창 자랑했잖아요ㅎㅎ
너무 추억으로 잘 남을 것 같은 일이었는데
그 추억을 만들어 주신 ○○쌤께 감사의 말씀을전합니다..^^♡
사실 사람들이 왜 별 보러 다니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젠 알 것 같아요.
정말 그 순간엔 아무 생각도 안나고 그저 신기하고 좋았어요.
저는 이때까지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해본 적이 많이 없는데 이젠 생겼어요!
별을 볼 때마다 너무 행복하고 아무런 생각이 안들어요.
시험 스트레스에 찌들어 있던 저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ㅠoㅠ
친구들과 별보고 나서 다같이 공통적으로 했던 말이
'별보니깐 울컥하더라'
'신기했어'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어'
였어요.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추억일 것 같다고도요.
시험 끝나고 또 기다릴게요. 또! 꼭! 보여주세요!
근데 그땐 왠지 별보고 울 것 같아서 휴지 왕창 들고 가야할 것 같아요. 헤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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