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와 창조에 관한 해묵은 논쟁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자.
이 둘은 어떤 변화에 대한 결과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곤 하다. 물리를 공부하다보면 충격량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충격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두 가지 물리량이 관여한다. 힘(에너지) -물론 엄밀히 말해 힘과 에너지는 다르다!- 과 시간이 그것이다. 어떤 변화는 이 두가지가 적절히 상호작용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양적인 관계에서 두 물리량이 비슷하거나 아니면 하나가 압도적으로 크다면 비슷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우주와 지구의 현재 모습에 대해 진화론은 시간의 압도적인 크기를 그 기반으로 하고 있고 창조론은 힘(에너지)의 압도적인 크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시간과 에너지.. 이 둘 중에 현재 인간이 통제하고 다루기 쉬운 것은 에너지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에너지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관념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의 한계와 그것에 대한 인간의 관념적 통제 능력은 '에너지보존법칙'이라는 열역학 법칙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계의 외부에서 공급되는 에너지마저 인간의 관념적 계(system)를 벗어나지 못한다. 즉 인간이 잘 모르는 '무한한 에너지'가 있다해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한 우리들은 그 표현을 좀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반면 양적으로 오랜 시간은 불편함보다는 우리가 안심할 수 있도록 어떤 안정감을 준다. 오랜 시간.. 그것은 찰나를 사는 인간에 대하여 진정한 조물주의 자격을 가지는 것이다.
자, 예를 들어보자. 그랜드캐년은 오랜 시간의 작품인가 아니면 짧은 시간이지만 거대한 에너지가 공급된 결과인가? 이에 대한 해석은 인간의 관습적 사고 또는 어떤 색안경을 쓰고 있느냐 -패러다임-에 따라 달라지는데 진화와 창조에 관한 인간의 논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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