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관측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측자의 시간과 위치, 대상 천체의 위치 이 세 가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아래 문제를 해결해 보자.


우리나라 어느 지점(129°E, 36°N)에서 관측자의 자오선에 적경(α)=3h적위(δ)=0°인 천체가 22시에 남중하였다이때 태양의 시간각과 적경을 구하고이때가 몇 월인지를 쓰시오.

· 태양의 시간각 :

· 태양의 적경(α) :

· 시기() :





1. ‘남중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1) ‘남중했다’는 것은 관측자 기준으로 어떤 천체(태양, 별, 행성 등)가 정확히 남쪽 하늘에 걸려있다는 것이다.
모든 천체들(별, 행성, 은하, 성단, 성운 등)은 하루 동안 동쪽 지평선에서 떠서 남쪽을 지나 서쪽 지평선으로 진다. (정확한 경로는 천구의 적도와 나란한 방향이다!) 이 과정에서 정확히 남쪽에 왔을 때를 남중했다고 한다.

2) 정확히 남쪽 하늘에 걸려있다는 건 천체가 남쪽 자오선이라는 가상의 세로선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머리 위에서 지평선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가상의 세로선(수직권)을 생각할 수 있다. 이 중 천문학적으로 정확히 남쪽을 가로지르는 선을 남쪽 자오선이라고 한다(관측자가 있는 곳의 경도선과 나란하다). 천체가 하루 중 동에서 서로 이동하다 이 남쪽 자오선에 걸렸을 때를 남중했다고 표현한다.



2. ‘22시에 남중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나라에서 쓰는 시간은 우리나라에서 관측한 하늘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론적으론 낮 12시(정오)에 태양이 남중해야 하지만 서울 기준(126.5°E)으로 2018년 6월 26일에 태양이 남중한 시각은 12시 34분이다.


출처 : https://astro.kasi.re.kr:444/life/pageView/9



이유가 무엇일까?
이 차이는 우리가 쓰는 시간 기준인 135°E 경도선이 우리나라 위에 있지 않고 오히려 일본 열도 위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양 등 천체는 일본의 135°E 지역 하늘에 남중한 후 약 34분이 지나서 서울(126.5°E) 하늘에 남중하게 된다. 지구는 1시간에 15°씩 자전하는데 8.5°(=135°-126.5°)는 34분(=8.5도×4분/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출처 : http://study.zum.com/book/13601


위 그림에서 12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우리나라 표준시(스마트폰나 손목시계의 시각)에 해당하고 11시30분은 우리나라 중앙 자오선을 기준으로 한 지방시(천문학적인 의미만 갖고 생활에선 쓰이지 않음)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어느 지점(129°E, 36°N)에서 22시에 천체가 남중했다는 것은 우리 손목시계(또는 스마트폰)가 22시를 가리킬 때 해당 천체가 129°E 지역에 남중했다는 것이다.(이때 129°E 자오선을 기준으로 한 지방시는 21시 36분에 해당한다.)



3. 시간각이란 무엇일까?


천체는 하루 중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동에서 서로 계속 이동한다. 그래서 시간각이라는 각도의 개념을 만들었다. 기준은 남쪽자오선이다. 자오선에서 -천구의 적도와 나란하게- 서쪽 방향으로 천체까지 잰 각도가 시간각이다(1h=15°). 다시 말해서 남중 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느냐이다. 어떤 천체의 시간각이 2h라는 건 남중 후 2시간이 흘러 약간 서쪽으로 이동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때 자오선과 그 천체를 지나는 시간권(적도와 수직인 가상의 선)과의 각도는 30°(2h)이다. 즉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간각은 계속 증가하는데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남쪽 자오선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인 24h이 최대값이다.





4. 별의 위치(주소)는 어떻게 결정할까?


두 가지 표현 방식이 있는데 둘의 공통점은, 수학에서 XY좌표 평면상의 특정 위치를 (x, y)로 표시하는 것처럼 두 개의 변수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 두 변수(x와 y)가 천체에 따라 고정된 값을 가지느냐 계속 변하는 값을 가지느냐에 따라 고정주소와 상대주소로 나뉜다.

첫째, 고정주소 - 거실의 벽지 무늬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거실 어디에 서 있든지에 관계없이, 또는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벽지의 특정 무늬(예>별모양)는 항상 정해진 위치에 있다! 즉, 나의 위치 및 시간에 관계없이 별은 고정된 주소를 가진다. 마치 네트워크의 고정IP처럼..


적경(x)과 적위(y)로 표시한다.


적경은 천구상의 한 지점인 춘분점을 기준으로 왼쪽 방향으로 잰 각도(1h=15°)이다. 적위는 천구의 적도를 기준으로 위아래 방향으로 잰 각도이다.
위 문제에서 천체는 적경(α)이 3h, 적위(δ)가 0°이라는 고정된 주소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천체는 춘분점으로부터 천구의 적도를 따라 왼쪽으로 45°(3h) 떨어진 곳에 있다.

둘째, 상대주소 – 이기적인 방법이다. 내가 지구상의 어디에 있든지(남극, 북극, 적도 혹은 그 어디라도) 나를 기준으로 별의 위치를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같은 별인데도 내가 있는 위치에 따라 별의 주소가 달라진다. 마치 네트워크의 유동IP처럼..


방위각(x)과 고도(y)로 표시한다.

이렇듯 모든 천체는 항상 고정주소(적도좌표계)와 상대주소(지평좌표계)를 동시에 가진다. 고정주소는 변하지 않고 상대주소는 관측자의 위치나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것만 기억하자!


이제 됐다! 위 문제의 주요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관측자의 시간 : 22시
• 관측자의 위치 : 129°E, 36°N
• 대상 천체의 위치 : 적경(α)=3h, 적위(δ)=0°

한 개씩 풀이하자면,

1) 태양의 시간각
135°E인 지점이 22시이면 태양이 정오(12시)에 남중한 이후 10시간이 흐른 것이다. 즉 135°E 지점의 자오선 기준으로 태양의 시간각은 10h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에서는 관측자가 있는 129°E 지점의 자오선 기준으로 태양의 시간각을 묻고 있으므로 24분(=6°×4분/°) 적은 9h36m이라고 답해야 한다.

2) 태양의 적경
적경이 3h인 천체가 남중했다는 것은 춘분점의 시간각이 3h라는 의미이다. 관측자(129°E) 기준으로 춘분점과 태양의 시간각의 차이는 6h26m(=9h26m-3h)이다. 시간각은 오른쪽 방향으로 잰 각도이지만 적경은 춘분점에서 왼쪽 방향으로 잰 각도이다. 따라서 태양의 적경은 17h34m(=24h-6h26m)이다.





3) 시기()
관측자가 거실의 한 가운데 서 있다고 생각할 때 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거실의 벽지 무늬라고 생각해도 좋다. 1년 동안 별(무늬)들 간의 상대적인 거리와 배치는 거의 변하지 않는데 이는 벽지 무늬가 항상 그대로인 것과 같다. 태양은 이 벽지를 배경으로 1년 동안 계속 동쪽(왼쪽)으로 이동하여 1년이 지나면 원래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온다.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은 1년 동안 천구상을 한 바퀴(360°=24h) 돈다. 출발의 기준점을 춘분점(0h)이라고 할 때 태양이 다음 각 지점을 통과할 때의 날짜는 대략 다음과 같다.

춘분점(0h) - 3/21
하지점(6h) - 6/22
추분점(12h) - 9/23
동지점(18h) - 12/22

1년은 12달이고 적경은 최대 24h이므로 태양은 한 달에 2h(30°)씩 서에서 동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위 문제의 태양 적경은 17h34m이므로 날짜로는 대략 1215 경인 것을 알 수 있다.



가능한 쉽게 설명하려 하지만 천구의 공간 개념이라는 게 직관적으로 떠올려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서 좀 길고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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